[영화] 울지마 톤즈
울지마 톤즈 (2010)
Don't cry for me sudan
9.7
사람의 삶에서 받는 감동은 만약 그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 어떤 감동스러운 것들과도 비교될 수 없다. 절대적인 감동이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하지 않고 식상하지 않으며 늘 새롭고 늘 가슴떨린다. 단 만나기 매우 드물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태석 신부님의 삶이 그러하다. 이 분의 삶은 온전한 사랑이었다. 그저 함께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으로 사랑할 뿐이었다. 그 뿐이었다. 신부님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된 미래를 보장해주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가난한 수단의 사람들을 섬겼기 때문에 그의 삶이 내게 감동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 분이 그 사랑을 진심으로 즐기며 행복해하셨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이 되어주고, 희망이 되어주고, 소망이 되어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이 기쁨과 행복이 되는 것. 너무나 멋진 일이지 않은가. 사랑의 힘은 바로 그래서 대단하다.
사람의 삶은 원해서 자신의 의지로 갖게 된 것이 아니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생사의 문제를 내 의지대로 내 힘으로 하루라도 미루거나 당길 수 있는가? 인간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값 없이 주어지고 값 없이 거두어지는 것 그것이 삶이다. 그러므로 나의 하루하루는 선물이고 축복이다. 신께서 내게 허락하신 선물의 이 날들을 감사히 여기고 축복답게 보내야 한다. 그래서 이태석 신부님의 때이른 선종이 나는 슬프지 않았다. 그 분은 삶을 너무나 완전하게 축복답게 보내고 가셨기 때문이다. 그것도 참으로 따사로운 축복으로 말이다.
+ 덧붙임
묵상
이태석 작사, 작곡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 말씀 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신부님께서 중3때 작사, 작곡하셨다는 노래이다. 중3때 이미 세상의 정의와 신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셨다니 남다른 분이셨다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를 들으며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을 왜 제일이라 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랑이 없으면 믿음은 기쁨이 될 수 없고, 소망은 희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이 있어야만 믿음과 소망은 우리 삶에 축복이 되어 준다. 가사의 내용과는 상관이 있는 듯 하면서 없기도 한 그런 깨달음이다.
++ 덧붙임
이태석 신부님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와 어릴 때 집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적인 삶, 자식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이 주는 아름다운 향기가 자신의 삶으로 이끌어 주었다 고백하셨다. 부모님의 삶과 그분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나의 무디고 어리석은 마음이 부끄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