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off the record
2011.2.4
까만머리 앤
2011. 2. 4. 21:21
어제는 음력 설이었고, 오늘은 입춘이다. 때맞춰 추위는 물러났고 날카롭게 날이 섰던 공기는 한결 누그러졌고 햇볕은 더 온화하다. 올 겨울 추위에 물렸는지 오늘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제 입춘이라며 반가워한다. 연휴 내내 끼고 살았던 라디오에서도 오늘이 입춘이라며 '봄처녀'와 같은 음악들을 제법 많이 들려준다. 그 중 한 프로그램에서 다음의 시를 읽어주었다. 예전 어느 책에서도 본 적 있는 잘랄 앗 딘 알 루미의 시인데, 그 때 참 좋았었는데 지금 들어도 역시 좋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입춘이라고 해서 지금부터 봄일리 만무하지만 사람들은 봄이 코 앞에 와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매운 추위를 이겨낼 위안을 받는 것 같다. 맵싸한 추위도 몇 십일이 지나면 이빨 빠진 호랑이, 뒷방 늙은이 처지가 될거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겨울에서 봄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겨울에서 겨울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