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off the record

2011.10.23

까만머리 앤 2011. 10. 23. 22:08

지난 주 일요일 우연히 TV를 켰다가 다르마라는 다큐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대장경 천년을 기념하여 만든 4부작 다큐멘터리였다. 어제 본 3편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있었다.

 

티벳 야칭스의 수행자들은 환생을 믿는데, 이들은 수많은 환생을 통해 세상 만물은 모두 지난 삶에서 자신의 어머니였다고 배운다. 그리고 수행자들은 이 모든 어머니들을 위한 명상을 하며 자신의 이기심을 없애는 수행을 한다고 한다. 이때 호흡 명상을 하면서 날숨을 통해 나의 행복을 이 세상의 어머니들, 곧 만물을 향해 보내고, 들숨을 통해 어머니의 고통의 검은 구름을 자신이 들이마시는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티벳의 그 허허로운 벌판 속에서 검소하고 소박하다고 하기에는 차라리 남루하다고 해야할 공간 속에서 그들이 온 우주를 향해 그토록 따스하고 넘치는 선한 숨을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에 울컥했다. 세상이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온갖 문제 속에서 그래도 세상이 굴러가는 것은,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내가 아직 이렇게 온전히 살아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들의 선한 의지 때문이 아니겠는가.

 

야칭스의 수행자들 뿐만이 아니다. 이 세계 구석 어딘가에서 이름도 없이, 얼굴도 없이, 목소리도 없이 선한 의지로 세상을 채우는 사람들의 은혜로 나는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은혜에 감사하며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 가다듬었다.

'날적이-off the record'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1.29  (0) 2012.01.29
2011.10.29  (0) 2011.10.30
2011.9.25  (0) 2011.09.25
2011.8.15  (0) 2011.08.15
2011.7.17  (0) 201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