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방식 남에 비해 내가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남에게 없는 것을 내가 가져서도 아니라, 내가 가진 것 자체를 온전하게 감사하며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남의 불행에서 얻어지는 비겁하고 치졸한 안도에서 '내가 (그들보다는) 가진 것이 많구나!' 하는 어리.. 스치는 순간들 2011.12.04
품격있는 삶, 품위있는 사람 한 달 또는 두 달 전쯤 예배시간에 홀연히 든 생각이 있었다. 내게는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에 이어서 든 생각이었다. 삶은 그저 삶이다. 내게 그냥 주어진 것이고 그래서 그냥 살아나간다. 그런데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심으로 인해 우리의 삶의 .. 스치는 순간들 2011.09.25
낮별 현실에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반대로 압도적인 현실로 인식되던 것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의 뒤편에 놓인, 틀림없는 또 하나의 현실. '낮별'은 그러한 모든 것들에 대한 비유였다. 결국 문학 작품의 궁극적인 재미는 현실에서 생각지도 .. 스치는 순간들 2011.08.05
캬라멜의 진정한 맛 각자 먹는 방법이 다양하겠으나 내게 있어 캬라멜은 두세 개를 한꺼번에 입 안에 넣고 그것들이 살짝 녹아 한 덩어리가 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입 안 왼쪽 구석 오른쪽 구석으로 이리저리 몰고다니며 질겅질겅 씹을 때 참맛이 난다. 스치는 순간들 2011.06.27
2011년 6월 23일의 예술에 대한 생각 예술에 대한 이러저러한 생각을 듣게 될 때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는 예술이 밥 먹여 주냐는 부류의 이야기들이다. 물론 예술은 밥을 먹여주지 못한다. 예술을 통해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한정된 소수의 사람들 뿐이다. 예술은 물질적인 생산의 의미에서 보면 전혀 비생산적이다. 최.. 스치는 순간들 2011.06.23
고통의 품위 기억이 정확치 않다. 벤야민에 대한 강의를 듣는 중에 선생님께서 고통에도 품위를 갖추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께서 "고통"이라는 단어를 쓰셨는지, 혹은 "불행"이라 언급하셨는지, 그것도 아니면 "고난"이라고 하셨는지 조차도 정확치 않은 기억이므로 요지라는 것도 실.. 스치는 순간들 2011.06.23
뜻글자의 아름다움 少年易老 學難成 一寸光陰 不可輕 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 - 朱子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순간순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연못가의 봄 풀의 꿈이 채 깨기도 전에 어느덧 계단 앞 오동 잎이 가을을 알린다. - 주자 우연히 집어 든 한 영화의 리플렛에 적힌 문구이다.. 스치는 순간들 2011.06.12
안 어울림이 없으니......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다. 나날이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변해가는데 나는 그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뒤늦게 그것을 아주 잠깐동안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 밤새 갑작스럽게 그 모든 목련꽃들이 피어났던 것이 아님이 분명한데, 무딘 나는 어느 날 아침이 되어서야 목련꽃들이 일순간에 모.. 스치는 순간들 2011.04.28
설레는 순간 얼마전 바르트 강의에서 선생님이 바르트의 (정확히 말하면 바르트의 논의의) 정치성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 순간 가슴이 마구 뛰었다. 아직도 나는 이런 것에 걸핏하면 가슴이 설렌다. 스치는 순간들 2011.03.11
좋은 글 얼마전 국문학을 전공하는 K를 만났을 때 그에게 좋은 글은 어떤 글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론에 딱딱 들어맞는 글은 재미가 없어요. 이론으로 잡히지 않는 글, 이론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글 그런 글이 재미있죠." 멋진 답이라고 생각했다. 이론에 맞는 듯 하다가 교묘히 미끄러져 나가는 글, 그래서 .. 스치는 순간들 2011.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