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순간들

좋은 글

까만머리 앤 2011. 3. 6. 23:43

얼마전 국문학을 전공하는 K를 만났을 때 그에게 좋은 글은 어떤 글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론에 딱딱 들어맞는 글은 재미가 없어요. 이론으로 잡히지 않는 글, 이론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글 그런 글이 재미있죠." 멋진 답이라고 생각했다. 이론에 맞는 듯 하다가 교묘히 미끄러져 나가는 글, 그래서 이론으로 하여금 안달나게 하는 글 그런 글이 독자의 입장에서나 평론가의 입장에서 매력있을 것이다. 이론이나 논리로 잡으려해도 도저히 잡혀지지 않는, 무수한 경우의 수와 우연을 향해 열려있는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결국 글일진대 그 글이 이론으로 쉽게 잡힌다면 삶을 너무 시시한 것으로 만드는 것 같다. 우리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노력해봐도 불가해한 삶을 끝까지 잡고 물고 늘어지는 근성있는 글이 주는 묵직한 집요함이 주는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 글이 그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이 안되는 글이라면 더욱 흥미진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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