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또는 두 달 전쯤 예배시간에 홀연히 든 생각이 있었다. 내게는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에 이어서 든 생각이었다. 삶은 그저 삶이다. 내게 그냥 주어진 것이고 그래서 그냥 살아나간다. 그런데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심으로 인해 우리의 삶의 위상은 전혀 달라지게 된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사랑해준 삶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의 삶은 더 없이 귀한 삶이 된다. 죄없는 누군가가 기꺼이 우리 대신 살신의 희생을 치뤄 구해낼만한 삶으로 존재의 위상이 달라져 품격있는 삶이 된다. 누군가가 죽기까지 사랑해준 삶을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삶이 얼마나 귀하디 귀한 것이 되겠는가. 그러니 나는 이 품격있는 삶을 사는(살아도 될 만한) 품위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배타적인 사람이 아니라, 품격있는 삶을 받은 것에 도리를 다하는 사람 말이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존재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주어진 것에서 품격있는 삶과 존재로 그 위상을 격상시켜 주는 것, 그래서 내가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사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종교가 가진 놀라운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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