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순간들

2011년 6월 23일의 예술에 대한 생각

까만머리 앤 2011. 6. 23. 16:46

 

예술에 대한 이러저러한 생각을 듣게 될 때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는 예술이 밥 먹여 주냐는 부류의 이야기들이다. 물론 예술은 밥을 먹여주지 못한다. 예술을 통해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한정된 소수의 사람들 뿐이다. 예술은 물질적인 생산의 의미에서 보면 전혀 비생산적이다. 최소한 투입한 만큼을 보상해주는 물질적이고(비물질적이라면 환금성이라도 있는) 실효용적인 그 무언가를 산출해내지 못한다. 예술이 산출해내는 것은 일상생활 속의 숟가락 하나 만큼의 실질적 효용가치도 보장해줄 수 없는, 그리고 그마저도 비가시적인 무엇이다.

 

나는 예술의 가치가 역으로 비실질적인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그것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구조 속에서 의미화될 수 없는 비의미화의 지점과 비생산성의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거꾸로 의미를 획득한다고 본다. 그것도 정치적인 의미를 말이다.

 

예술은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이기에 의미화되어야 하고 생산적이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기존 체제의 의미망에 잡히지 않는다. 잡히지 않고 미끄러져 나가면서 예술은 기존 의미의 질서와 구조에 균열을 낸다. 이 균열이야 말로 예술의 의미이고 가치이다. 그 균열에서 정치성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이 내게는 필요한 것이다.

 

물론 모든 예술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구조와 질서에 너무나 잘 순응하여 밥을 먹여주는 예술도 분명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예술이란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예술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더불어 내가 말하는 예술을 지금은 이렇게 단편적으로 말할 뿐이지만,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밝히기 위한 공부를 더 하겠다고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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