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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체호프 단편선_ 안톤 체호프

까만머리 앤 2011. 1. 22. 23:28

 


체호프 단편선(세계문학전집 70)

저자
안톤 체호프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2-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러시아 단편문학의 천재 체호프가 쓴 웃음과 눈물의 대역전극. 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작품 해설 중

오늘날 체호프는 기 드 모파상과 함께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특별히 놀라운 사건을 도입하기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설정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 사건이 있더라도 그 자체의 외부적인 측면보다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다양하고 모순된 반응에 주목한다는 점, 대체로 매우 느슨한 플롯인데다가 그 결말이 미결정의 상태로 끝나고 주인공들도 이에 대해 어리둥절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는 점, 등장인물들 간의 의사소통의 단절 등 여기서 이루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런 체호프의 특징들은 현대 단편소설의 출현을 예고하는 핵심적인 징후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작가로서의 체호프를 무엇보다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순수한 재능일 터이다. 체호프의 단편소설 속에는 실로 다양한 환경 속의 다양한 인간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

물론 궁극적으로 볼 때 체호프의 심원한 세계를 일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체호프는 한없이 차갑지만 따뜻하고 단호하지만 부드럽다. 그의 익살 뒤에는 천근 같은 우수가 기대어 있다. 그의 페시미즘 속에는 질긴 낙관이 숨쉰다. 그의 비밀은 가장 단순하기에 결코 알아낼 수 없다.

<관리의 죽음>(1885)은 체혼테 시절의 걸작 가운데 하나다. 아주 사소한 사건이 주인공의 어리석음 때문에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메커니즘은 체호프의 유머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이 작품은 그 희극성과 절묘한 템포에 있어서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작품 말미의 <......그리고 그는 죽었다>는 체호프의 고정관념과도 같은 문장이다. 유머소설이든 진지한 소설이든 간에, 체호프는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죽는 장면에서 결코 머뭇거리지 않는다. 마치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손쓰던 의사가, 환자가 죽자 그 얼굴에 시트를 덮어버리고 방을 나서듯 체호프는 망설임 없이 죽은 주인공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곤 하는 것이다. 하긴 체호프 자신이 의사이기도 했다 비록 짧은 분량이긴 하지만 삶의 찰나성, 그 환희와 누추함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이 작품은 체호프 문학의 특성이 극도로 축약되어 있는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pp.191-3)

 

 

내가 느낀 바를 누군가 이렇게 정확하게 정리놓은 글을 보면 속이 후련해진달까 그런 느낌이다.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을 여러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웃기면서도 허하고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뻥 뚫려 버린 가슴을 싸-하게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우리의 삶이란 참으로 얼마나 소소하기도 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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