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2011)
Bleak Night
9.2
얼마전 마음 먹고 보자고 점찍어 두었으나 못 보고 있었던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제목은 파수꾼.
파수꾼: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
어떤 일을 한눈팔지 아니하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세 명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 그 중 한 소년의 자살이라는 사건이 주요하다면 주요하달 수 있는 극의 중심 사건이겠지만, 사실 난 이 영화의 초반부터 내러티브를 따라가며 보지 못했다. 그보다 내가 주목한 것은 이들을 담아내는 카메라가 시종일관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카메라 앵글의 흔들림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앵글 안에 잡힌 세 명의 소년들은 줄곧 흔들리며, 불안하고 불길하고 위협적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들이 아직 우리의 사회 시스템, 구조에 완전히 복속되지 않았고 그래서 자칫하면 그 경계를 넘어서서 어디론가로 튀어 나갈지 모르는 존재라는 점을 암시해주기 때문에 그러할 지도 모르겠다. 이 순간 나는 코드 시스템 안에 머무르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그들을 보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들이 철저히 코드화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겠지.
이 영화는 글쎄......친절하달 수는 없겠다. 세세하게 묘사해주지 않으므로. 대신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의 파동이 크게 다가왔다. 말로 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말로 담아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뉘앙스로 다가왔다.
이 영화를 보다 문득 대학교 때 보았던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가 생각났다. 훗날 이 두 영화를 나란히 놓고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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